퇴근하고 밥을 먹고 노트북을 켰다. 어제까지는 켜자마자 할 일이 있었다. 통계를 열거나, 글을 쓰거나, 어제 쓴 글을 다시 읽거나. 오늘은 켜고 나서 화면만 보고 있었다.
노트북을 열고 가만히 있었다
편집기를 열지 않았다. 통계도 열지 않았다. 바탕화면에 커서만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. 시간으로 따지면 길지 않았을 것 같은데, 체감은 꽤 길었다.
31일 동안 매일 글을 하나씩 올렸다. 매일 노트북을 켜면 할 일이 있었다. 적어도 뭘 쓸지는 대충 정해져 있었다. 오늘은 그게 없었다.
바로 떠오르는 주제가 없었다
퇴근길에도 생각해봤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다.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.
그동안은 그날 있었던 일이 주제가 됐다. 애드센스를 신청하면 신청한 이야기를 썼고, 통계를 열면 통계 이야기를 썼다. 한 달이 지나면 한 달 이야기를 썼다. 행동이 있으면 글이 따라왔다.
오늘은 행동이 딱히 없었다.
메모장을 열어봤다
한참 앉아 있다가 메모장을 열었다. 워드프레스 편집기가 아니라 그냥 메모장이다. 거기에 뭐라도 적어보면 떠오를 것 같았다.
“블로그”라고 치고 멈췄다. 그다음에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었다.
커서가 깜빡이는 걸 보고 있었다.
몇 개 적었다가 지웠다
그래도 뭔가 적어봤다.
“애드센스 아직 안 옴”이라고 적었다. 사실인데, 어제 쓴 것과 겹치는 것 같아서 지웠다.
“서치 콘솔 확인”이라고 적었다. 확인을 안 했으니까 쓸 수가 없었다. 지웠다.
“글 쓰는 루틴”이라고 적었다가 지웠다. 예전에 비슷한 걸 쓴 것 같았다.
적고 지우는 걸 몇 번 반복했다. 메모장에는 “블로그”만 남아 있었다.
결국 이걸 쓰고 있다
메모장을 닫고 편집기를 열었다. 그리고 지금 이 상태를 그대로 쓰기 시작했다.
노트북을 켜고 가만히 있었고, 메모장을 열었고, 적었다가 지웠고, 결국 이걸 쓰고 있다.
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적었다.
내일은 떠오를지 모르겠다
내일 퇴근길에 주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. 안 떠오를 수도 있다. 오늘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한참을 가만히 있을 수도 있다.
32일차. 쓸 주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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