글을 쓰는 시간보다,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가 더 길다

에디터를 연다. 커서가 깜빡인다. 제목 칸에 뭔가를 쓴다. 지운다. 다시 쓴다. 본문으로 내려가지 않고, 제목 칸에서 한참을 머문다. 본문으로 넘어간 건 에디터를 열고 나서 한참 뒤다. 정확히 몇 분인지는 모르겠다.…

에디터를 연다. 커서가 깜빡인다. 제목 칸에 뭔가를 쓴다. 지운다. 다시 쓴다. 본문으로 내려가지 않고, 제목 칸에서 한참을 머문다.

본문으로 넘어간 건 에디터를 열고 나서 한참 뒤다. 정확히 몇 분인지는 모르겠다. 짧았던 것 같은데, 시계를 보면 15분쯤 지나 있다. 그 사이에 한 건 제목을 여러 번 고친 것뿐이다.

초안은 생각보다 빨리 나온다. 머릿속에 있던 걸 그냥 꺼내놓는 구간이라 그런 것 같다. 손이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. 이 구간이 아마 글을 ‘쓰는’ 시간일 것이다. 체감으로는 이게 전부일 것 같은데, 실제로는 전체의 일부다.

초안이 끝나면 처음으로 돌아간다. 첫 문장을 다시 읽는다. 고친다. 두 번째 문장도 고친다. 세 번째 문장은 통째로 지운다. 지우고 나면 흐름이 어색해져서 다음 문장도 다시 고친다. 이 작업이 반복된다.

중간에 다른 탭을 연다. 검색을 하거나, 다른 블로그를 보거나, 아무 상관없는 페이지를 연다. 목적이 있어서 여는 건 아니다. 손이 먼저 움직인다. 몇 분 뒤에 다시 에디터 탭으로 돌아온다. 돌아오면 아까 고쳤던 문장이 또 마음에 안 든다.

퇴고라고 부르기엔 체계가 없다. 위에서 아래로 읽다가 걸리는 문장을 고치고, 다시 위로 올라가서 또 읽는다. 같은 문단을 네다섯 번 읽는다. 읽을 때마다 한두 글자씩 바뀐다. 바뀌었는데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.

어느 순간 더 이상 고칠 데가 안 보인다. 그런데 발행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. 미리보기를 한 번 더 누른다. 실제로 발행된 화면처럼 보이는 상태에서 다시 읽는다. 에디터에서는 괜찮았던 문장이 미리보기에서는 다르게 보인다. 다시 에디터로 돌아간다.

발행 버튼 앞에서 멈추는 시간이 있다. 길지는 않다. 그래도 분명히 있다. 누르기 직전에 한 번 더 스크롤을 올린다. 첫 문장을 다시 본다. 그리고 누른다.

누르고 나면 그다음은 빠르다. 발행된 글을 한 번 열어보고, 닫는다. 가끔은 발행 직후에 글자 하나를 잘못 쓴 걸 발견해서 다시 들어간다. 오늘은 한 군데 있었다.

시간을 돌아보면 이렇다. 초안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된다. 나머지는 제목을 고르는 시간,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시간, 다른 탭을 열었다 돌아오는 시간, 미리보기를 누르는 시간, 발행 버튼 앞에서 잠깐 멈추는 시간이다.

8일차. 오늘도 이런 식으로 글 하나가 올라갔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