눈을 뜨니까 새벽이었다
어젯밤에 글을 쓰려고 했다.
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. 밥을 먹고 나니까 몸이 무거웠다. 잠깐만 눕자고 생각하고 누웠다.
다음에 눈을 떴을 때 시계가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.
핸드폰 화면을 봤다. 4:03.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니고, 화장실이 급한 것도 아니었다. 그냥 눈이 떠졌다.
천장을 보다가 한 가지가 떠올랐다.
어제 글을 안 올렸다.
노트북을 켰다
이불 속에서 한 5분쯤 있었던 것 같다. 그러다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았다.
노트북을 열었다. 부팅되는 동안 물을 한 잔 마셨다. 화면이 켜지고 워드프레스 편집기를 열었다.
새 글 화면이 떴다. 제목 칸이 비어 있었다.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.
어제 이 화면을 봤어야 했는데, 지금 보고 있다.
집이 조용했다
타자 소리가 크게 들렸다. 낮에는 잘 모르겠는데 새벽에는 키보드 소리가 선명하다.
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다.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소리다.
창밖은 어두웠다. 가로등 하나가 켜져 있었다. 차 소리도 없고 사람 소리도 없었다.
이 시간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다.
화면 밝기를 조금 낮췄다. 낮에 쓸 때는 밝기를 만진 적이 없는데 새벽에는 기본 밝기가 너무 밝았다.
시계를 한 번 봤다
몇 줄 쓰고 시계를 봤다. 4:35였다.
쓰기 시작한 지 20분쯤 된 것 같다. 밤에 쓸 때는 시계를 잘 안 보는데 새벽에는 한 번 보게 됐다.
시계를 다시 봤다.
화면으로 돌아왔다. 글은 아직 반도 안 됐다.
지금 글을 쓰고 있다
새벽에 글을 쓰고 있다. 34일째 글이다.
원래는 어젯밤에 올라갔어야 할 글이다. 날짜가 하루 넘어갔다.
어제는 올라가지 않았다. 지금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.
내일은 또 모르겠다
글을 다 쓰고 나면 발행 버튼을 누를 거다.
그리고 노트북을 닫고 다시 눕겠지.
34일차. 글을 새벽에 쓰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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